인천수첩, 인천사람, 인천 풍경




길다래 / 미술작가


지난 3년간 나와 인천 지역을 시작으로 마주한 주변 인물과 풍경을 기록한 인천시리즈는 장소와 정체성에 대한 작업이었다. 어린 시절의 인천은 개항도시로 풍부한 선진문화가 공존하는 아름답고 부유하며 세련된 도시였다. 내가 살고 있는 인천 중구 구도심 ‘연안부두’는 인천 의 첫 매립지이자 신도시였다. 이후 구도심이 신도심으로 이동하고 다양한 문화와 역사가 존재하는 장소의 의미는 희미해졌다. 또 다른 갯벌이 메워지고 그 땅을 팔아 신도시를 건설하고 또 다른 바다를 메우고 또 다른 땅을 뒤엎은 인천의 모습은 과거를 뒤로한 채 신세계로 변모하고 있다.

<인천수첩>(2015)은 인천문화재단 시각예술분야 지원으로 진행된 전시이자 출판된 책이다. 사진가로서 인천을 기록한 유광식 작가와 협업으로 진행된 <인천수첩>은 기록적인 인천과 부분적으로 수집된 인천을 사진과 오브제 형태의 작업으로 만들어 인천지역의 한 공간에 전시하고 이를 만들어내기 위한 과정을 대담으로 풀어내는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두 작가는 인천지역을 걸으며 대화하고 그 대화는 각각 글과 사진, 드로잉과 시로 풀어졌다. 내가 직접 운영했던 공간에서 진행된 이 전시는 지역 미술 관계자들을 초청해 ‘걷는 시’(2015)를 낭독하고 작가와의 대화도 즉석에서 진행하는 등 전 과정이 인천 구도심을 두 작가의 시각으로 순회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인천 시리즈의 시초가 된 전시였다.

{인천산책}(2017)은 영화감독 장률이 지하철을 타고 인천역에 도착해 나와 하루 동안 그 주변을 산책하며 미술과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것들의 언어에 대해 대화한 것을 녹취해 풀어낸 책이다. 인천아트플렛폼 레지던시 기간 중 비평가매칭으로 이어진 장률감독과의 만남은 그 후로도 서울의 상수동, 충무로의 필동 등지를 걸으며 다년간 이어졌다. 이러한 행위는 인천시리즈 작업 이후 이어질 서울풍경 시리즈 작업을 구상하게 하는 초석이 되었다.

<인천사람>(2017)은 인천이 고향인 나와 함정식 작가의 협업으로 갤러리175에서 전시했다. 이 전시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인 동인천 지역의 모습을 영상으로 풀어낸 함정식 작가의 작업과 평소 다양한 지역과 사람의 정서에 관심을 갖고 작업을 진행하는 나의 작업이 결합된 설치물이다. 인천을 객으로 오가는 타인의 시각으로 작성된 인천수기, 인천에서 태어난 화교4세의 인물화, 4살에 황해도에서 피난 와 인천항 근처에서 평생 닻을 만드는 남자의 초상 그리고 인천의 마지막 포구인 북성포구를 형상화한 영상설치물이 전시됐다. 바닥에서 벽으로 기울여 놓은 모니터엔 {인천수첩}에서 쓰인 ‘걷는 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상작업이 전시 기간 동안 상영됐다. [걷는 시: Poem in Incheon(Hdvideo 00:35:17, 2017)]는 인천 구도심을 걸으며 쓴 시 10편과 그 시가 쓰여진 장소를 기점으로 걸으며 찍어낸 장면을 엮어 만든, 작가의 목소리가 그 장면을 가이드 하는 시적인 영상이다.

인천 시리즈의 마지막 작업인 <인천 풍경>(2018)은 올해 말 인디프레스 갤러리에서 진행된 개인전이다. 나의 개인사적 이야기와 타인의 사적인 인천풍경을 결합해 작업한 이 전시는 인천 원도심에서 만난 몇몇 인물들과의 대화와 사건으로부터 비롯되었다. 그들의 이루지 못한 꿈을 쫒는 극단적인 태도와 언행은 어떠한 욕망과 목적으로 뒤얽혀 부서지고 메꿔지길 반복하며 무분별하게 개발되는 인천의 모습과 닮아있다. 이 전시는 여전히 아름답고 소박한 인천의 풍경과 끊임없이 덮고 메우는 현상이 일상인 인천의 절박한 풍경과 소리가 대조적으로 보여 진다. 전시장은 책, 액자화 된 텍스트, 누군가의 쪽지와 편지, 드로잉, 흙드로잉, 영상작업 등으로 설치되었다.

책으로 만든 {연안부두 랩소디}(2018)는 어린아이의 시선이 엄마나 할머니 등 주변사람의 이야기와 만나 인천의 변화하는 모습을 드러나게 한 에세이집이다. 또한 [낭독영상2: 인천 풍경(Hdvideo 00:31:14, 2018)]을 제작하며 주변 친구를 섭외하고 목소리를 빌려 낭독시켰다. 장소는 인천과 서울, 이동하는 지하철과 버스 등지다. [Beautiful Sounds and Video1 (Hdvideo 00’30’21, 2018)]은 ‘인천’과 ‘서울’, ‘필리핀’과 ‘뉴욕’ 등지를 다니며 찍은 단편영상을 열거하여 특정 소리와 배합한 영상으로 도시에 살아가는 사람과 그 주변 동물, 느닷없이 마주한 자연 풍경의 슬프도록 아름다운 모습을 기록한 작업이다. 3년간 동거중인 ‘토끼’가 반복적으로 행하는 움직임을 촬영한 [토끼 소나타: Her sonata(Hdvideo 00:13:20, 2018)] 영상은 종이를 집착하고 씹어 먹는 토끼와 그 소리가 나온다. 씹어 먹혀 군데군데 잘려진 그 종이는 또 다른 인천의 풍경이 되어 전시장에 놓였다.

전시 기간 중 진행된 ‘3인 낭독 퍼포먼스’는 서울시 종로구 효자로의 전시장을 시작으로 밖으로 나가 종로거리(광화문, 종각, 을지로, 충무로)를 지나쳐 장충동(입양된 토끼 ‘서울이’가 버려진 장소)까지 걸어가며 낭독한 무언가의 근원(시점)을 찾는 행보였다. 내 작업은 드로잉과 오브제로 시작하여 글로 표현되고 타인과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공간과 소리들이 결합되어 구체적인 형태를 입는다. 또한 미술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작품의 역할, 작가의 입장과 관객의 시선 등에 대한 관심이 전시장에 펼쳐져 새로운 동선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Jan.2019

*이 글은 임시공간에서 진행하는 [동무비평 삼사]의 요청으로 쓰여진 인천3부작에 대한 원고입니다.


인천수첩, 인천사람, 인천 풍경




길다래 / 미술작가


지난 3년간 나와 인천 지역을 시작으로 마주한 주변 인물과 풍경을 기록한 인천시리즈는 장소와 정체성에 대한 작업이었다. 어린 시절의 인천은 개항도시로 풍부한 선진문화가 공존하는 아름답고 부유하며 세련된 도시였다. 내가 살고 있는 인천 중구 구도심 ‘연안부두’는 인천 의 첫 매립지이자 신도시였다. 이후 구도심이 신도심으로 이동하고 다양한 문화와 역사가 존재하는 장소의 의미는 희미해졌다. 또 다른 갯벌이 메워지고 그 땅을 팔아 신도시를 건설하고 또 다른 바다를 메우고 또 다른 땅을 뒤엎은 인천의 모습은 과거를 뒤로한 채 신세계로 변모하고 있다.

<인천수첩>(2015)은 인천문화재단 시각예술분야 지원으로 진행된 전시이자 출판된 책이다. 사진가로서 인천을 기록한 유광식 작가와 협업으로 진행된 <인천수첩>은 기록적인 인천과 부분적으로 수집된 인천을 사진과 오브제 형태의 작업으로 만들어 인천지역의 한 공간에 전시하고 이를 만들어내기 위한 과정을 대담으로 풀어내는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두 작가는 인천지역을 걸으며 대화하고 그 대화는 각각 글과 사진, 드로잉과 시로 풀어졌다. 내가 직접 운영했던 공간에서 진행된 이 전시는 지역 미술 관계자들을 초청해 ‘걷는 시’(2015)를 낭독하고 작가와의 대화도 즉석에서 진행하는 등 전 과정이 인천 구도심을 두 작가의 시각으로 순회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인천 시리즈의 시초가 된 전시였다.

{인천산책}(2017)은 영화감독 장률이 지하철을 타고 인천역에 도착해 나와 하루 동안 그 주변을 산책하며 미술과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것들의 언어에 대해 대화한 것을 녹취해 풀어낸 책이다. 인천아트플렛폼 레지던시 기간 중 비평가매칭으로 이어진 장률감독과의 만남은 그 후로도 서울의 상수동, 충무로의 필동 등지를 걸으며 다년간 이어졌다. 이러한 행위는 인천시리즈 작업 이후 이어질 서울풍경 시리즈 작업을 구상하게 하는 초석이 되었다.

<인천사람>(2017)은 인천이 고향인 나와 함정식 작가의 협업으로 갤러리175에서 전시했다. 이 전시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인 동인천 지역의 모습을 영상으로 풀어낸 함정식 작가의 작업과 평소 다양한 지역과 사람의 정서에 관심을 갖고 작업을 진행하는 나의 작업이 결합된 설치물이다. 인천을 객으로 오가는 타인의 시각으로 작성된 인천수기, 인천에서 태어난 화교4세의 인물화, 4살에 황해도에서 피난 와 인천항 근처에서 평생 닻을 만드는 남자의 초상 그리고 인천의 마지막 포구인 북성포구를 형상화한 영상설치물이 전시됐다. 바닥에서 벽으로 기울여 놓은 모니터엔 {인천수첩}에서 쓰인 ‘걷는 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상작업이 전시 기간 동안 상영됐다. [걷는 시: Poem in Incheon(Hdvideo 00:35:17, 2017)]는 인천 구도심을 걸으며 쓴 시 10편과 그 시가 쓰여진 장소를 기점으로 걸으며 찍어낸 장면을 엮어 만든, 작가의 목소리가 그 장면을 가이드 하는 시적인 영상이다.

인천 시리즈의 마지막 작업인 <인천 풍경>(2018)은 올해 말 인디프레스 갤러리에서 진행된 개인전이다. 나의 개인사적 이야기와 타인의 사적인 인천풍경을 결합해 작업한 이 전시는 인천 원도심에서 만난 몇몇 인물들과의 대화와 사건으로부터 비롯되었다. 그들의 이루지 못한 꿈을 쫒는 극단적인 태도와 언행은 어떠한 욕망과 목적으로 뒤얽혀 부서지고 메꿔지길 반복하며 무분별하게 개발되는 인천의 모습과 닮아있다. 이 전시는 여전히 아름답고 소박한 인천의 풍경과 끊임없이 덮고 메우는 현상이 일상인 인천의 절박한 풍경과 소리가 대조적으로 보여 진다. 전시장은 책, 액자화 된 텍스트, 누군가의 쪽지와 편지, 드로잉, 흙드로잉, 영상작업 등으로 설치되었다.

책으로 만든 {연안부두 랩소디}(2018)는 어린아이의 시선이 엄마나 할머니 등 주변사람의 이야기와 만나 인천의 변화하는 모습을 드러나게 한 에세이집이다. 또한 [낭독영상2: 인천 풍경(Hdvideo 00:31:14, 2018)]을 제작하며 주변 친구를 섭외하고 목소리를 빌려 낭독시켰다. 장소는 인천과 서울, 이동하는 지하철과 버스 등지다. [Beautiful Sounds and Video1 (Hdvideo 00’30’21, 2018)]은 ‘인천’과 ‘서울’, ‘필리핀’과 ‘뉴욕’ 등지를 다니며 찍은 단편영상을 열거하여 특정 소리와 배합한 영상으로 도시에 살아가는 사람과 그 주변 동물, 느닷없이 마주한 자연 풍경의 슬프도록 아름다운 모습을 기록한 작업이다. 3년간 동거중인 ‘토끼’가 반복적으로 행하는 움직임을 촬영한 [토끼 소나타: Her sonata(Hdvideo 00:13:20, 2018)] 영상은 종이를 집착하고 씹어 먹는 토끼와 그 소리가 나온다. 씹어 먹혀 군데군데 잘려진 그 종이는 또 다른 인천의 풍경이 되어 전시장에 놓였다.

전시 기간 중 진행된 ‘3인 낭독 퍼포먼스’는 서울시 종로구 효자로의 전시장을 시작으로 밖으로 나가 종로거리(광화문, 종각, 을지로, 충무로)를 지나쳐 장충동(입양된 토끼 ‘서울이’가 버려진 장소)까지 걸어가며 낭독한 무언가의 근원(시점)을 찾는 행보였다. 내 작업은 드로잉과 오브제로 시작하여 글로 표현되고 타인과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공간과 소리들이 결합되어 구체적인 형태를 입는다. 또한 미술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작품의 역할, 작가의 입장과 관객의 시선 등에 대한 관심이 전시장에 펼쳐져 새로운 동선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Jan.2019

*이 글은 임시공간에서 진행하는 [동무비평 삼사]의 요청으로 쓰여진 인천3부작에 대한 원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