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22년 SAGA에서 진행된 '서울엘레지: Seoul elegie' 작업에 대한 작가의 작업노트 입니다.



서울 엘레지: Seoul elegie



Seoul is lovelier the second time around

1
숨 막히던 어느 날 나는 깨달았다. 극단적으로 아름다운 것을 바라지 않는 한 죽음에 이를 지경이 되겠다고. 서울 땅덩이가 이렇게 좁았던가? 나 하나 살겠다고 남 하나 몰아내면 그만인 것인가? 서울은 모든 것이 편한데 마음만은 불편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서로가 서로를 끌어내 듯 밀어내는 화려한 서울 밤은 깊어가고, 뜨겁고 밝은 대 낮이 다시 솟아오른다. 사람들은 흔히 심리상담사를 찾거나 약 처방을 받는다. 오늘도 숨 막히는 하루를 그렇게 겨우 버텨낸다. 일자리에서, 가정에서, 사회 한 구석에서... 나는 서울로 이사를 온 후 이상한 감정에 시달렸다. 집 앞 공덕오거리엔 거대한 빌딩들이 들어서있고 그 뒤는 재개발이 낙오된 빌라 촌이 남아있다. 그 중간 어딘가 나는 살고 있다. 야망, 낙오, 비하, 비교, 빚, 이직, 대출, 꿈, 이혼, 실패, 집착, 부당함, 허상, 허세, 뒤엉킨 자아들이 내 일상을 쫒아 다니며 속삭인다. 더 화를 내라고, 더 무기력해지라고, 더 억울해하라고...! 이것들은 비단 내 마음 속에서만 일어나는 나 자신의 사건들일 뿐 아니라 길거리를 떠도는 영혼들이 내 영혼의 문은 함부로 두드리며 훼방하는 어둡게 떠도는 기류였다.

2
서울살이의 야릇함과 서러움을 토로하던 어느 날 한 친구가 말했다. “모든 사람은 ‘을’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하지만 동시에 모든 사람은 ‘갑’이 되고 싶어 한다.”고. 바로 이 모순된 지점에서 문제는 발행한다. 모든 사람이 갑이라고 생각해보라. 서로가 서로의 머리위로 올라서기 위해 막말, 폭언, 멸시, 조롱, 명령과 복종을 일삼는다고 생각해보라. 사회의 부당함과 마음속의 말 할 수 없는 쓰라림은 비정상적으로 비뚤어진 사고방식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과연 서울에서 건강하게 사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심신의 안정이 가능한 것일까? 서울은 매일 더 화려하지만 서울살이는 어딘가 늘 헛헛하고 쓸쓸하다. “억울하면 돈 많이 벌어서 성공해라.” 사람들은 오늘도 공덕역 앞 화려한 밤거리를 배회한다. 이 눈부신 밤의 끝은 어디일까? 한강변에 앉아, 때로는 따릉이를 타고 어여쁜 한강을 지나치며 다양한 생각에 잠겨본다. ‘나는 아름다움을 탐구해야겠다.’ 서울이 나에게 준 것은 비단 지독한 고독만이 아닐 것이다. -아름다움인줄 알고 꺼내들었더니 지독한 추였다-는 랭보의 시를 읽은 적이 있다. 나는 내 인생의 가장 잔혹한 날들의 어느 날 귀여운 반려토끼(커피)를 만났다. 극단의 고통과 극상의 환희는 얇은 종이 양면에 매달린 운명들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태도를 가지고 서울에 살아야 하는 것일까? 나는 어떻게 혼돈 속에 초연함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인가? 깊고 청 푸른 초저녁 하늘을 바라보며 나만의 ‘서울 엘레지*’를 불러본다.

3
이번 Saga gallery에서 진행된 <서울 엘레지: Seoul elegie>작업은 작은 감정과 형상의 파편들로 이루어져있다. 이들의 중첩되고 열거된 모습들은 잘려진 테이블 위에 놓이는데 여러 장의 서울풍경드로잉 사이사이 그 모습이 멜랑콜리하다. 허나 이 오브제들이 슬프고 처연하지 많은 않은 것은 어딘가 귀엽고 우스꽝스럽게 그리고 확고한 색을 가지고서 테이블 위 한자리 씩 차지해가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따로 떨어져 독립된 장면을 묘사한다. 그리고 이내 어우러져 뒤얽힌 일종의 서사를 이룬다. 이 각각의 이미지들은 한 권의 단편집 안에 놓인 소제목 꼭지들처럼 자신만의 썰을 풀어낸다. 소설도 시도 에세이도 아닌 것의 모습과 태도 혹은 단적인 텍스트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웅얼거린다. 나는 관객이 이들의 작고 사소한 소리에 귀 기울여 주길 바란다. 이들의 하찮은 이야기들이 우리가 서울에 살며 매순간 겪는 수십여 가지의 미스터리.비통한.서운함.억울한.미칠.허망한.뒈질(그러나 어딘가 재미지고 찬란한).일들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까짓 것들 때문에 우리는 풀죽고 아무것도 아닌 것들로 인해 우리는 다시 살아가게 된다. 어느 아침의 슬픈 심정들을 열거한 ‘서울 엘레지*’는 그래서 한 날의 서울풍경이 되는 것이다. 영상작업은 일상적인 서울의 풍경과 사람, 그 소리를 열거한다. 그러나 이 이미지들 사이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다양한 어감의 텍스트들은 평범한 일상에 묘한 분위기와 긴장감을 일으킨다. 이 작은 책 (2022)는 시적인 이미지와 글들을 엮어 만들었다. ‘Seoul is lovelier the second time around’ 다시금 바라본 서울이 조금 더 사랑스러울지 모를 일이다.


*elegie(애가): 슬픈 심정을 읊은 노래.


2022년7월
길다래